배터리사업부문 분사 확정...주가 폭락

▲ 30일 열린 LG화학 주주총회 모습(사진=LG화학)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LG화학이 30일 오전 임시주총에서 전지사업본부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켜 분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10월 한달간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분사 이슈가 일단락 났다. 하지만 결정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반응은 주총 당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향후 주가에 먹구름을 예고했다.

30일 오전, LG화학은 서울 LG트윈타워 동관 대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날의 안건인 전지사업부 분할 승인을 공표했다. 이에따라 오는 12월 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공식 출범하게 됐다.

당초 분사 안건에 대해 주총 상정을 발표할 때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은 주주이익에 반함을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펼쳤지만, 글로벌 의결자문기구들이 연이어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무게추가 쉽게 찬성으로 기우는 듯 했다.

주총 승인을 위해 필요한 요건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과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다. 주요주주가 이미 30%를 가진 상황에서 40%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 찬성하면 12%를 가진 개인이나 8%를 가진 기관이 모두 반대를 한다고 해도 어려운 게임이었다.

하지만 돌연 10.20%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총을 3일 앞둔 27일 제16차 위원회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 결과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대의 이유로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들의 반대 의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민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연금에서 분할안 통과 후 있을 지 모를 주가 하락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액션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주총 당일 행사장에는 개인주주 8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상황에다, 굳이 온라인 투표가 가능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참석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주총을 마치고 나온 한 주주는 주총 참석의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건의 가부를 떠나 직접 현장에 나와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며, “오늘의 결과에 대해선 시장에서 주가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LG화학의 주주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최근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를 타는 친구가 받은 고객대상 리콜 공지문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마치 현대차가 LG화학의 부실한 부품 공급 때문에 피해를 본 것 처럼 적시한 것을 보고 LG화학 주주로서 회사가 IR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주와의 소통을 등한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회사의 잘못을 꾸짖기도 했다.

현대차가 고객에게 전달한 공지문에는 “당사 코나 일렉트릭 차량 중 특정기간 동안,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그린파워 충주공장에서 조립한 배터리 팩이 탑재된 일부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중략)” 이라고 적시해 현대차의 실수가 아님을 강조하는 듯한 문구가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분사가 확정되자 “이번 분사를 통해 앞으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주총 당일 시장에서 LG화학 주가는 주주들의 철퇴를 맞았다. 주가는 시종일관 힘없는 모습을 보이다 장 마감이 다가올수록 종합주가지수 하락과 함께 낙폭을 키워 6.14% 하락한 61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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