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고지와이/ CTO 유승재

[일간투데이 유승재 칼럼리스트] 2017년 3월 펩시, 월마트, 스타벅스 등 미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유튜브 광고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테러를 조장하고 인종차별, 혐오발언을 일삼는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노출되어 이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주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페이스북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보이콧을 겪었다. 경찰의 강압적인 조치로 사망에 이른 흑인 희생자 조이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자들을 폭도로 표현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글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보이콧 사태를 통해 구글은 폭력물, 음란물, 무기, 마약, 테러조장, 혐오발언 등 부정적인 영상 콘텐츠를 걸러내는 모니터링 기술의 강화를, 페이스북은 게시물과 광고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정을 약속했다.

이렇듯 글로벌 기업들은 온라인 광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진행 시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미지=팡고지와이>

그렇다면 광고 보이콧을 통한 매체사의 모니터링 강화만이 브랜드 세이프티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광고 보이콧은 대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방법 중 하나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에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뿐만 아니라, 기준이 애매한 혐오발언을 알고리즘이 완벽히 판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매체사의 모니터링 시스템 역시 100% 신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보이콧 외에 할 수 있는 브랜드 세이프티 액션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속한 광고회사의 경우 실시간으로 인터넷 뉴스기사와 유튜브 영상 및 채널을 수집한 후 빅데이터와 자연어 처리 분석을 통해 부정적인 콘텐츠를 감별해내는 기술을 활용한다.

구독자가 급감한 유튜브 채널과 ‘좋아요’ 대비 ‘싫어요’가 많은 콘텐츠를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켜 관리하거나, 콘텐츠의 문맥이 아닌 댓글의 문맥 및 감성 분석을 통한 지면 선정 등이 그 예다.

또 다른 사례로,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기업 M사의 경우 ‘멀웨어’나 ‘악성봇’을 심어 놓은 광고지면을 걸러내는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상기한 예시들 외에도 퀄리티가 너무 낮은 콘텐츠를 제외하거나 분쟁지역으로의 광고를 제한하는 지역 타겟팅 등 브랜드의 이미지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을 브랜드 세이프티라고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컨설팅을 하다 보면 브랜드 세이프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브랜드 이미지는 깎여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오히려 사람들 머리 속에는 더 많이 남지 않나요? 브랜드 세이프티가 꼭 필요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랜드 세이프티는 필수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이즈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광고들은 듣기 싫은 CM송이나 부적절한 문구 등 광고 소재 자체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지 광고가 실리는 지면이 부정적이어서가 아니다.

둘째, 부정적인 콘텐츠에 실린 광고는 그렇지 않은 광고보다 소비자들 기억에 남지 않는다. 폭력, 마약, 군사적 충돌, 범죄, 음란물 등 부정적인 콘텐츠는 굉장히 자극적이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에 실린 광고를 보더라도 기억의 3단계(등록-저장-회상)의 모든 단계에서 방해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부정적인 콘텐츠 속 광고는 사람들에게 잘 기억되지 못하며 기억되더라도 브랜드의 이미지만 깎일 뿐이다.

디지털 시장은 나날이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중심의 생활방식은 더욱 가속화됐다. 유튜브에서만 분당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 될 정도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의 파도 속에서 브랜드 세이프티 기술도 발전할 것이며 이에 대한 경험과 기술은 디지털 마케팅을 함에 있어 생명줄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이것이 구글,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과 디지털 광고회사들이 지속적으로 관련 솔루션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고 있는 이유다.

글 : 팡고지와이 CTO 유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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