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촉매
빅데이터 활용한 자산관리 솔루션 IT화 초점

▲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4월 맞춤형종목추천서비스 '빅데이터픽'을 내놓고 고객의 투자 패턴을 분석, 종목을 추천하는 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였다.(제공=하나금융투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연초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2020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의 본격화 원년으로 천명했었다. 디지털전환 전략은 뜻하지 않게 코로나19와 만나며 비대면(Contactless) 상황에서 오히려 그 방향성에 추진력을 더하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을 한달 앞둔 현재 올해가 주요 증권사들의 디지털화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3월 폭락장을 기회로 봉기한 동학 개미들을 위해 삼성증권은 투자정보 디지털화에 집중했다. 모바일 기반의 영상콘텐츠에 재미와 정보를 더해 눈높이 교육에 집중한 결과 공식 유튜브 채널 ‘Samsung POP(삼성 팝)’의 구독자 수가 11만명을 돌파했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위해 디지털상담팀과 FM팀을 발족해 리서치센터와 협업해 깊이 있는 정보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영상을 통해 투자 지식이 고양된 잠재고객들이 자연스레 자사 계좌개설로 이어지는 효과를 노렸다.

은행계열 증권사들은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원큐프로’와 ‘원큐주식’ 거래시스템을 통해 ‘빅데이터 픽’ 서비스를 지난 4월 선보여 현재 3만여 고객들이 이용 중이다. 각 고객의 과거 거래사례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종목추천을 해주는 개인화 서비스다.

빅데이터 픽이 사전 추천에 초점을 둔다면 지난 6월 개발된 ‘원픽’서비스는 고객이 매수한 종목을 실시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사후관리에 방점이 있다. 전체 고객들의 신용대출 거래 종목을 분석해 하루 3번 푸시알람을 통해 시장 움직임을 쫓아가게 한 점도 이색적이다. 전일 추천했던 종목들의 ‘투자성적표’를 당일 장이 끝난 오후 4시에 발송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KB증권은 AI간편투자 증권사 진출을 위해 아예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출범한 상태다. 자산운용 플랫폼 기술을 가진 디센버엔컴퍼니와 손잡고 엔씨소프트의 AI기술을 접목한 디지털증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오픈트레이드’와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 서비스 ‘미니포트’를 출시하는 등 기술 내재화를 넘어 풍부한 아이디어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핀테크사와 협업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DGB금융지주 소속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디지털 혁신실을 신설하고 디지털전략부와 디지털솔루션부를 선보였다. 이들 조직을 통해 금융지주와 시너지를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공들 들이고 있다. IT본부 및 지원부서 전문가들을 차출해 TF를 구성, 보유중인 고객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밖에 작년 10월 말부터 은행권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오픈뱅킹이 금년 하반기에 비은행권도 서비스가 가능케 돼 관련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다른 핀테크사에 DGB 플랫폼을 개방해 제휴의 폭을 넓히는 오픈API 서비스도 마련했다.

한투증권은 해외주식 소수점거래에 불을 당긴 ‘미니스탁’을 지난 8월 11일 선보였다. 출시 3개월만에 가입자 30만명, 누적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한 이 서비스는 해외주식을 별도 환전없이 1000원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해외주식 거래의 문턱 낮추기를 IT로 풀어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온라인 금융상품권을 출시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상품권 금액만큼 금융상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해 출시 7개월간 누적 판대 235만장, 판매금액 1132억을 기록하며 2030세대에게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

미래에셋대우는 업계 최초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들로 구성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도입했다.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투자정보서비스 엠클럽(m.Club)은 이미 가입자 4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대와 산학연계로 출시한 ‘빅데이터 상품추천 서비스’는 다양한 상품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 선택에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해외주식, 펀드, 연금, ETF등 다양한 자산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도와준다.

투자 고수와 자신의 투자를 비교해 약점을 보완해주는 투자 진단 서비스 닥터빅(Dr.Big),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주고 필요한 뉴스에만 집중하게 도와주는 AI기반 ‘스팸뉴스필터링 서비스’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예다. 해외주식에 강점이 있는 회사답게 톰슨로이터의 영문 뉴스를 협력관계에 있는 네이버 파파고를 통해 번역 후 빅데이터팀에서 가공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 ‘크레온’의 MTS 종목추천 서비스 ‘인사이터 3.0’을 지난 1월 선보였다. 대신경제연구소에서 개발한 계량분석(Quant)알고리즘을 활용한 종목 추천 서비스로 1900여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24시간 인공지능 고객상당 서비스 ‘벤자민’은 3분기 말 기준 월 평균 3만8666건의 문의에 답을 주고 있다.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초기 계좌관리, 공인인증서 등 단순 업무에서 최근엔 신용대출, 주식 매매, 해외주식, 금융상품 등 자산관리 전반을 수행하며 전년 월 평균 2만3775건 대비 문의건수가 63%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전직원 대상으로 파이썬 등 디지털 코딩교육을 실시했다. 당초 영업점 직원 대상으로 시범 실시 후 반응이 좋아 전사로 확대했다.

내년 증시를 전망하는 리서치센터 전망 포럼을 ‘신한라이브고고’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로 진행, 고객들에게 SMS초대장 링크 배포, 온라인 퀴즈 등을 통해 IT를 통한 투자자 접근에 노력하고 있다.

업계엔 조만간 사람이 아닌 로보애널리스트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코스콤과 손잡고 업계 최초의 로보애널리스트 개발에 지난 6월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 목표로 개발중인 이 프로젝트는 리서치에 강점이 있는 신영증권과 금융 빅데이터의 저장, 가공, 분석이 가능한 코스콤의 금융 클라우드 인프라의 결합이 기대되고 있다.

한 증권사 디지털본부장은 “올해 개인들이 투자 주체로 중앙에 나서면서 원래 증권사들이 계획하고 있던 디지털 전환이 개인 서비스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 부분이 있다”며, “내년에 토스증권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증권사들이 나오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고객의 움직임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들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과 투자 솔루션 제공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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