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한국투자증권 정일문 사장…”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제공=한국투자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2020년은 전 산업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폭풍우 속에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른 한해였다. 연초 존폐의 위기마저 거론되던 증권사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신년사를 살펴 그 실천 여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한국투자증권은 스스로 1등 증권사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자기자본 규모로는 미래에셋대우보다 작지만 실제로 전년까지 실적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수위를 차지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CEO인 정일문 대표는 “대한민국 1등 증권사 위상에 걸맞는 효율적인 관리 조직으로 환골탈태 해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CEO 2년차를 보낸 정일문 사장은 동원증권의 전신 한신증권 시절부터 30년을 한 직장에 몸담아온 상징적 인물이다. 전임자인 유상호 부회장이 장수 CEO로 한국투자증권을 반석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2019년 1월 CEO에 올랐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정 사장의 주전공은 투자은행(IB) 부문이다. 업계 선후배로 통하는 IB업계 대부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사이다.

그런 그가 작년에 CEO에 등극하며 내놓은 첫 신년사 주제는 본부간 시너지와 리스크관리 강화였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초대형IB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부서간 협력을 긴밀히 하고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등 해외 법인의 성공적 안착을 통해 이들이 아시아최고 증권사로 발돋움하는 벨류체인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약 2년전 그렸던 그림이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상당부분 앞날을 정확히 내다봤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라고 하는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가 변동성을 더 키우긴 했지만, 작년에 리스크관리에 좀더 힘을 쏟았더라면 한투가 올 한해 장외파생상품 운용 포지션 관리 등의 이슈로 고생하지 않고 보다 편안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래에셋대우가 해외에서 20%의 수익을 올리는 만큼 한투의 지역별 수익 포트폴리오가 분산됐다면 국내에서의 고전을 보다 쉽게 만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왜 수년간 정상의 자리에 있었는지 올 한해 위기를 정면돌파 하는 과정에서 정 사장은 맨 앞자리에서 보여줬다.

1분기 실적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13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때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선두 증권사 한투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맞는 적자전환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시적인 평가손실을 딛고 2분기에 바로 흑자로 돌아서는가 하면, 3분기 누적으로 4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시현 중이다. 올 한해 상징적인 IPO대어인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모두 주관사에 이름을 올리며 CEO의 주전공이 무엇인지 시장에 보여줬다.

CEO 2년차를 맞이한 정일문 사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것은 ‘지속성장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었다. 변동성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시황과 상관없이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전년에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로 계좌가 폭발하는 경험을 인상깊게 평가했던 정사장은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급증하는 것을 보며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주식 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주문했다. 지난 8월 11일 선보인 ‘미니스탁’이 그 결과물이다.

미니스탁은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경쟁에 불을 붙인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30만명, 누적 거래액 1000억원 돌파를 기록했다. 온라인 금융상품권이라는 다소 생경한 상품을 내놔 전자상품권으로 금융상품을 사는 경험을 통해 2030세대에게 반향을 일으켜 7개월간 1132억원의 판매잔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한투는 지난 9월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맡긴 고객 전담 조직 GWM(Global Wealth Management)전략담당 조직을 만들어 VVIP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글로벌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등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3가지 약속, ‘금융 수요층 변화 대응’, ‘해외 사업 확대’, ‘신규 수익원 확보’는 허언이 아니였음을 증명했다. 매년 성적표를 받고 1년단위 임기 연장이 필요한 한투증권에서 정사장의 내년 신년사를 또 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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