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기계도 수명이란 게 있다. 애써 그 수명을 연장하는 시도는 돈과 더불어 고통이 따른다. 때론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이야기다. 필자의 시골집은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이다. 시골집과 2㎞ 지점에 한빛원자력발전소 6기가 가동 중이다. 그 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충청남도까지 전력을 공급 중이다. 시골집에 가서 잘 때 6기 터빈 돌아가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은 지 올해로 34년째다. 최근엔 소리가 불규칙하게 들린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곧이어 발전 정지 뉴스가 잇따른다.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 준공은 1986년이다. 이보다 3년 앞서 월성 1호기가 가동됐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발전소 수명을 30년 전후로 보고 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도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다. 그 월성 1호기는 최근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원자력발전소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는 그 파장이 미칠 피해가 없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재앙의 여진을 안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수명 이전에라도 문제가 있다면 폐쇄해야 한다. 이 같은 결정에 검찰과 법원이 궤변으로 관련 공무원을 구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망나니 같은 칼춤을 추는 격이다. 필자는 시골집과 지척인 원자력발전소 정문에서 시위하는 농부들과 대화한 적이 있다. 그분들은 “원자력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 한강 옆에다 건설해서 송전 비용을 줄일 것이지 왜 이 아름다운 해안가에 세웠냐”라고 분노를 토한 것을 봤다. 맞는 말이라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수명 연장은 당장 멈춰야 답이라는 것을 농부들이 지적한 것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미국 드리마일, 일본 후쿠시마는 원자력발전소가 문제가 발생하면 재앙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구촌 곳곳에서 원전이 가동 중이라 여전히 재앙의 여지가 있다. 그 재앙이 한빛원자력발전소에서도 상존 중이다. 툭하면 발전 정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종주국이나 다름없는 독일은 과감하게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했다. 만에 하나 있을 재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라고 본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영 감사원장, 그리고 법원이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들고 봉기하듯 나섰다. 폐쇄도 안전하게 해야 할 과제이다. 건설이 답이 아니라 해체 기술도 우리가 확보해야 할 과제이다. 수명 연장이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끼리끼리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원자력발전소 전문가 집단을 그리 부른다. 여기에 검찰, 감사원, 법원이 무슨 근거로 관련 부처 공무원을 단죄하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안전하면 서초동 법원과 검찰청 옆에 건설하도록 요청해야 옳다고 본다.

비릿한 권력의 칼춤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해체의 대상은 검찰이다. 누구도 안전을 담보해 주지 않은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두고 왜 이리 물고 늘어지는지 동의할 수 없다. 툭하면 발전 정지 여파로 원전 부품과 핵연료봉을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과 선박들이 오늘도 쉼 없이 오간다. 터져 봐야 아는지 묻고 싶다. 밥그릇 싸움을 멈춰라. 기득권의 달콤함에 취한 시대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금도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이다. 검찰이 펼치는 감사원이 지적한 법리는 원전 마피아와 공모한 생사람 잡기다.

수명 연장이 몰고 올 재앙을 사전에 차단한 공무원에게 격려는 못 할망정 범죄자로 둔갑시키는 검찰과 법원 그리고 감사원의 망동을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 이들이야말로 공무 중 범죄혐의가 없는지 물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연내 출범시켜 그 전횡을 단죄해야 한다.

터져 봐야 알겠는가. 수명 다한 원전은 즉각 폐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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