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실패, 곧국가의 실패 입니다-8

▲ 조광한 남양주시장
우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삶 1 - 신숙주의 삶

조선 제5대 임금 문종은 병약해 즉위 2년 만에 승하했습니다.
승하하기 전 12살 밖에 안 되는 어린 아들 단종을 믿고 의지하던 신하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신하들이 김종서, 황보인,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입니다.

단종이 임금이 된지 1년만인 1453년, 문종의 동생이자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은 본인의 친동생인 안평대군과 김종서, 황보인 등을 참살한 계유정난을 일으켰습니다. 계유정난 2년 후 스스로 왕이 되어 세조가 되었습니다.

단종은 강제로 상왕이 되었습니다. 1년 후인 1456년 사육신 사건이 일어나자 단종은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고, 이듬해인 17살에 사약을 받았습니다.

사육신은 성삼문, 박팽년 등이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동료 김질의 밀고로 발각되자 처형되거나 자결한 여섯 충신입니다.

문종이 승하하기 전에 단종을 부탁했던 신하들 중에 변절했던 딱 한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신숙주입니다.

신숙주는 집현전에서 밤새워 책을 읽다가 잠이 들자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줄 만큼 총애하던 신하였습니다.

세종이 그렇게까지 사랑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손자인 단종을 죽인 수양대군의 편에 섰습니다.

인륜을 짓밟은 권력의 편에 섰던 그는 영의정을 두 번 지내며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후대에는 변절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단시간에 쉽게 상해버리는 나물의 이름이 숙주나물 입니다.

삶 2 - 이완용의 삶

이완용은 총리대신으로 1905년 고종을 협박해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은 을사늑약을 체결한 을사오적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1910년에는 정부 전권위원으로 경술국치의 한일병합조약을 앞장서서 체결했습니다.

그 당시 수많은 고종의 신하들이 일본의 편에 서서 나라를 팔아먹고 민족을 배반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이완용입니다.

그런 반면에 또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그중 가장 대표적인 분이 안중근의사 입니다.

안중근의사는 1909년 10월 26일,하얼빈역에서 조선 초대통감이자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딱 5개월만인 1910년 3월 26일,뤼순감옥에서 순국하셨습니다.

32년의 생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은 민족정기를 떨치신 불멸의 영웅으로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이완용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죠.

삶 3 - 김상헌의 삶

광해군은 명,청 간 중립외교를 추진했지만 명을 섬기는 사대주의에 빠진 인조와 양반들은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쫓아냈습니다.

청태종이 황제에 오르며 군신관계를 요구하자 “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 추장을 황제로 인정할 수 없다”며 아무 대책도 없이 화친을 반대하는 척화파와, 청과 협상하자는 주화파가 대립했는데 척화파가 우세해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납니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고 주화파 최명길은 항복을, 척화파 김상헌은 절대적인 열세에도 끝까지 항전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인조는 45일 만에 송파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굴욕으로 항복했습니다.

병자호란의 피해는 참담했습니다. 3만2000명이 살육 당했고, 강화도에서는 능욕을 피하려고 수많은 여인들이 바다에 몸을 던져 자결해 바다에 떠있는 머리 수건이 연못에 떠다니는 가을 낙엽 같다고 했습니다.

50만~60만 명이 포로로 끌려갔는데 한겨울이라 동사자가 속출했고, 미혼녀는 물론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죽이고 끌고 간 기혼녀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조선으로 탈출했다 잡혀오면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에 처해졌습니다.

소수의 재력 있는 양반 부녀자들은 돈을 내고 돌아왔지만, 대부분은 노예로 살았습니다.

돌아온 여인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렸는데 가족과 사회에서 철저히 배척되고 버려져 자결하거나 몸을 팔아 연명했고 중국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명을 섬겨야 한다는 사대에 집착한 김상헌의 주장은 명분은 그럴싸 했는지 모르지만, 그릇된 명분론은 수많은 백성들을 끔찍한 고통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김상헌의 눈에 진정 백성이 보였을까요.

사육신과 신숙주·안중근과 이완용·최명길과 김상헌…우린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요?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참 많이 아픕니다. 정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이쪽 저쪽 장차 강자가 될것 같아 보이는 분들의심기를 구지 거스르지 않으려고 침묵 또는 찬양하면서 눈치나 보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세상인 듯 합니다.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쎈사람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의는 짧고 고달픈데, 처세는 길고 달콤하다는 1987년 민주화이후의 세태가 우리의 정의감을 마비시켜 버린건 아닐까요?

과거에는 기개있는 선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하지만 요즘은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분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처신에 능한 사람들을 너무 부러워 합니다.지혜롭다고..영악하다고..눈치 빠르다고.. 그러나 우리는 이제 제발.. 다소 서투르고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정의로운 사람들을 조금 더 칭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사회 전체가 조금 더 전진하게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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