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9일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투자 비중목표 이탈 허용범위를 1%포인트(p) 넓히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한도 ±2%p와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한도 ±3%p를 합쳐 총 ±5%p의 이탈허용한도를 목표치로 반영했는데 그 비율을 뒤바꾼 것이다.

기금운용위가 2011년 이후 10년만에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을 변경한 데에는 지난해부터 부쩍 입김이 거세진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초까지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주식시장이 최근 주가 3100 내외에서 박스권을 형성하자 그 원인으로 국민연금의 과도한 매도물량을 집으며 투자전략 변경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결정에도 국민연금의 매도행진이 멈추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주식 규모는 179조9690억원으로 전체 기금 855조2740억원의 21%에 이른다. 당초 기금 운용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17.3%에서 올해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점차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매도 압박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한다. 이날 개인투자자단체인 한국투자자연합회는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목표비중을 35%가 아닌 25% 규모로 줄이고 국내주식 비중을 25%로 늘리라"며 매도 행진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국민 노후 생활의 보루가 돼야 할 국민연금 투자결정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시장 패닉 방지를 위해 금지했던 공매도를 1년만에 예정대로 재개한다고 공언했던 금융당국이 결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5월 부분재개로 선회한 것과 겹쳐져 정책의 신뢰성 손상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정책은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부분적 이익인 사익보다는 전체 공동체의 이익인 공익을 위해서 이뤄진다. 정책 당국은 목소리 큰 사익추구집단에 의해 조직화되지 않고 침묵하는 공동체 전체의 공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책이 더 큰 공익을 위해서 추진된다는 인식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 강화에도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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