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벤처활성화 위해 비상장벤처기업 대상 도입
"복수의결권, 기업혁신·성과 이끌어" VS "재벌 사익편취 악용"

▲ 중소기업연구원과 한국상사판례학회는 공동으로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벤처창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법적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시장 대신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복수(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놓고 정치권·시민단체·학계의 갑론을박이 뜨거워지고 있다.

복수의결권제도는 상법상 대원칙인 1주1의결권원칙의 예외를 둬 특정 주식에 다수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기업 성장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받더라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벤처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안, 국민의힘 이영 의원안, 정부안 등 3건이 제출, 계류 중이다.

박용순 중소기업벤처부 벤처혁신정책관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소기업연구원과 한국상사판례학회가 공동 개최한 '벤처창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법적 과제' 세미나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수 상위 1~4위 국가인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모두 복수의결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희석 우려 없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상법의 특례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 한정하며 복수의결권을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도록 상속·양도하거나 이사를 사임하는 경우 보통주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요건이 엄격하다"며 "대기업의 편법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재벌대기업)에 편입될 경우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수의결권주식 관련 사항을 강행규정으로 두기보다는 회사 재량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관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복수의결권주식 주주 자격은 창업자뿐만 아니라 기업 성장에 기여하고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현직 임원으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복수의결권주 유효기간과 복수의결권 부여 비율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강행 규정보다 정관에 맡길 것"을 권고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외국의 실증연구결과 차등의결권주식과 특허의 수·품질, 창의성, R&D(연구·개발) 효율성, CEO(최고경영인)의 혁신성은 양의 관계가 있다"며 "차등의결권 기업의 기업가치, 경영성과, 주가성과가 균등의결권 기업에 비해 낮지 않았다. M&A(인수·합병)나 배당금 지급에 있어서도 주주착취의 증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복수의결권주식 도입에 반대여론이 강하다.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의결권 배제나 제한을 할 수 있는 주식 등 벤처기업의 경영권 희석을 막을 방법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복수의결권제도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가져와 사익편취 도구로 활용되고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성토했다.

참여연대·경실련·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복수의결권제도는 실효성 없는 몇가지 안전장치를 가지고 부작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재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법안"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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