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전쟁 중 죽거나 다친 군인들의 희생정신 되새겨
참전군인·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한데 묶는 기회되어야

▲ 세계 각국은 공식 추모일을 만들어 전쟁 중에 죽거나 다친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호주 추모객들이 안작데이 새벽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호주전쟁기념관
[일간투데이 이용재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호국보훈 기념일인 현충일(顯忠日)은 원래 6·25전쟁에서 희생당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1956년에 '관공서 휴일에 관한 건'을 개정해 매년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하며 시작되었다. 정부는 이날을 공휴일로 하고 기념행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다시 1975년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명칭을 '현충일'로 바꾸었고 1982년에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법정기념일로 만들었다.

6월 6일은 24절기 중 아홉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에서 유래하는데 첫 현충일인 1956년 6월 6일도 '망종일'이었다. 절기상 이 무렵에 다 익은 보리는 수확하고 벼는 충실한 씨앗을 골라 심는 모내기를 하는 시기이다. 6·25전쟁을 상기하는 동시에 망종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들의 풍속을 고려하여 정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충일처럼 세계 각국은 공식 추모일을 만들어 전쟁 중에 죽거나 다친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미국에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가 있다. 매년 5월 네번째 월요일이다. 이날은 '꽃장식의 날(Decoration day)'로 불리기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붉은 양귀비 조화를 몸에 붙이고 전사자들을 애도한 데서 '양귀비의 날(Poppy day)'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미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이군인을 돕기 위해 조화인 양귀비꽃을 팔기도 한다.

이 추모일은 남북전쟁 이후인 1868년 5월 30일 북군의 장군 로건(John A. Logan)이 전사한 병사들의 묘지에 꽃을 장식하도록 명령을 내린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처음에는 남북전쟁에서 희생당한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날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모든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날로 바뀌었다. 미국은 1971년 메모리얼 데이를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정하고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남부지역의 일부 주는 당시 전사한 남군들을 위해 별도의 날을 지정해서 추모행사를 하기도 한다. 미시시피주와 알라바마주는 4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는 4월 26일에, 사우스·노스 캐롤라이나주는 5월 10일에, 켄터키주와 루이지애나주, 테네시주는 6월 3일에, 텍사스주는 1월 19일에 개별적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표적 추모일은 매년 4월 25일 기념하는 '안작 데이(Anzac day)'다.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4월 25일 터키의 갈리폴리 반도에서 상륙작전을 수행하다가 희생된 양국 연합군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독립된 2개의 국가에서 같은 기념일과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안작(Anzac)'은 '호주·뉴질랜드 사단(Australian and New Zealand Corp)'을 뜻하는 머리글자로, 현재는 전쟁과 보훈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모든 해외 참전에서 헌신하고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행사로 확대되었다.

영국·캐나다·프랑스는 매년 11월 11일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기념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제정 당시에는 '정전일(Armistice day)'로 부르다가 1919년부터 리멤브런스 데이로 이름이 바뀌며 영연방 국가들의 국가 기념일이 되었다.

이 기념일은 제1·2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카니스탄에서 평화유지활동 중 희생당한 모든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수레국화의 날(Le Bleuet de France)'로 부르기도 한다. 수레국화는 프랑스에선 제1차 세계대전 전사(戰士)들을 기리는 현충의 꽃으로서, 수레국화꽃 배지 판매를 통해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추모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날이다.

이러한 추모 행사는 참전한 군인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참전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까지 하나로 묶어 해당 국가의 사회통합을 이루는 중요한 기제(機制)로 작용해왔다. 우리도 다가오는 현충일 추모행사를 통해서 나라를 지킨 분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온 국민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한데 뭉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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