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0선 중진'이라는 썩 유쾌하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다니던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됐다. 우리나라 보수정당 역사에 처음 있는 일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반세기 전 신진 정치인으로 '40대 기수론'을 제창하며 기성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러 온 일에 비견하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 대표가 지난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서 '공정'과 '젠더' 이슈를 통해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오세훈 서울 시장 당선에 공을 세운 여세를 몰아 당 대표 경선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나경원·주호영 후보 등 중진들은 '경륜'을 강조하며 조직표 결집을 통한 당선을 자신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조직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통적 보수 야권 지지자들도 정권교체 열망 하나로 그 동안 보수정당에서 취약한 젊은 층에 소구력이 있는 이 대표를 '전략적 선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누군가에게 '다움'을 강요하면서 소중한 개성을 갈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빔밥론'을 내놨다. 나경원 후보가 '용광로론'을 통해 당의 통합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각 세력간의 개성을 유지한 공존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 정부에 대한 공세 포인트인 동시에 당내 개혁의 방안으로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을 다시 한 번 내세웠다. 단적으로 공직후보자 선출 시 자격시험 통과와 토론배틀·연설대결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선발을 예시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기성 정치권에서 소외된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가 더딘 보수정당 지도부를 바꿨다는 점에서는 긍정 평가 요소가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구호로만 그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능력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하면 그 또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대표가 자신의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미국은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며 무한경쟁을 절대화하는 것에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흔히 정치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희소 재화(부, 지위, 권력, 명예 등)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그러한 배분과정에서 누가 희소한 재화를 얼마나 많이 갖느냐를 놓고서 다양한 세력 간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이 대표는 책임이 없었을 때 한 발언과 당 대표가 된 지금은 그 무게가 다름을 인식해 자신이 브랜드로 내세우는 공정의 의미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가 주장하는 공정이 갈등의 해결책이 돼야지 원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