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요즘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지난달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 그동안 무서운 성장 속도에 가려졌던 쿠팡의 문제점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들은 제대로 된 냉난방 시설 없이 여름에는 무더위에, 겨울에는 혹한에 노출돼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쉴새없이 물건을 올려놓고 내려놨다. 배달노동자들도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속 배달하려 새벽 늦게까지 일하면서 극심한 과로에 시달렸다.

쿠팡의 배달앱 '쿠팡이츠'의 소비자 리뷰·별점제도는 입점업체의 평판·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데도 입점업체는 이에 대한 이의·왜곡 교정을 할 수 없다. 이를 악용해 입점업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블랙 컨슈머'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먼저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와 쿠팡이 납품업체에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하도록 강요하고 다른 플랫폼보다 저가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을 줬다는 '갑질'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경영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대 화두다. 쿠팡은 여기에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배달량 폭주에 따른 포장용 쓰레기 폭증 문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자 혹사 의혹이 제기되는 작업방식은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창업자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공정위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돼 특혜 논란이 인 점, 김 창업자가 덕평 물류센터 화재사건 발생 직후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함으로써 혹시라도 모를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 등으로 소비자 시선이 곱지 않다.

김 창업자는 상장 직후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고객가치를 중시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다소 원론적인 말을 하면서 "과거 한국이 갖은 고난을 이기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고 온 국민이 '잘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하나로 모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쿠팡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 보인다면 경영진의 갑질, 무책임, 실책 등으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매각된 '제2의 남양유업'의 먹구름이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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